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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ovies & Books

임경선 작가 <자유로울 것>, 자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책임과 자기규율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by Jiwon's Lab 2017. 3. 1.

사람은 언제 가장 자유롭다고 느낄까?


자유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재밌고, 새로운 질문거리들을 던진다.

사실, 나는 작년의 반절을 세상에서 제일 자유롭다고 느끼면서 보내는 행운을 누렸다. 교환학생으로서 베를린이라는 제멋대로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도시에서의 삶을 보았다. 

그날 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장 봐서 요리하고, 기숙사에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과 언제든 만나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옷장에는 많지 않지만 내가 즐겨 입는 옷들이 차곡차곡 개어 있었고, 집을 나서면 새롭게 탐험해볼 매력적인 거리와 카페, 상점들이 있었다. 나무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작고 소박한 주택가와 정원들을 거닐 시간이 많았다. 

무언가에 쫓긴다고 느끼지 않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나의 어떤 모습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서로에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며 애를 먹는 복잡함과 까탈스러움이 없었다. 참 새롭고, 이상한 삶이었다. 


그리고 교환학생 신분의 유효기간이 지나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즐거운 추억과 여유로움이 주었던 행복감을 오래 간직하기로 마음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운동화끈을 단단히 맸던 시기였다. 일상으로 돌아와 학기를 등록하고 수업을 듣고 대학 생활을 하겠지만, 더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진 나를, 다시 돌아온 익숙한 도시에서 어떻게 발산할지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한 나날이었다. 

그렇게 학교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새로운 활동들에 도전하며 이곳저곳 나의 존재를 다시 증명하고 확인하고 싶다는 듯 바쁨을 자처했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 도전과 모험은 새로운 출발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설렘의 감정과 강렬할 에너지를 주었다. 


동시에, 선택에 대한 결과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새로운 다이너믹이 등장한다.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끈기와 책임을 배우기 위한 고독한 밤들이 따라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찾아와 머무는 밤에 나는 내 고민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옭아매는 것 아닌가- 질문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지만 나를 기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많은 것들은 결국에 동떨어진 것들이 아니었고, 심지어 하나의 현상에 대한 나의 변덕스러운 반응이었다. 하루에 수십번 다양한 화학작용을 거치듯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품게 되는 것이 때로는 참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던 것은 바로 그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비슷한 고민을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다. 결국에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 스스로를 자유로운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품을 수 있는 여유와 기백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흔들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한 힘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용기와 대담함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는 강한 책임감과 자기 규율이 필요한 것 같다. 남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에. 하루를 긍정하고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긍정적으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자유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이 꼭 베를린의 활기찬 교환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비유가 있었다. 인생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치 퍼스널 트레이닝 시간 온몸이 피로하고 죽을 것 같을 때 두 세번씩 더하는 마지막 스쿼트가 필요하다는 표현. 현상유지를 넘어 성장을 위한 한 발자국을 찍기 위해 하는 운동은 그만큼 힘들지만 보람차다는 이야기가 왠지 참 공정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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