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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ovies & Books

택시 기사의 문화인류학적 단상과 불평등 문제

by Jiwon's Lab 2016. 12. 17.


도서관 로비에 신착 도서를 둘러보다 눈길을 끄는 책이 있어 긴 고민 없이 대출한 책이었는데, 팍팍한 기말고사 기간에 내 통학 길을 즐겁게 만들어준 유머러스하면서도 신선한 내용의 책이었다.

서구 사회에서 7년, 한국에서 14년을 살며 양쪽 문화를 모두 피부로 접해본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말하는 인종 차별과 갈등, 문화적, 종교적, 언어적 차이의 복잡하고 섬세한 영향력이 참으로 흥미롭고 알게 모르게 나도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의견과 전혀 달라 새롭기도 했다.

사실 서구 사회에서 7년을 살았던 것은 맞지만 나는 나름대로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비교적 검증된 인간관계에서 상호작용을 했기 때문에, 도시와 변두리의 온갖 뒷골목과 다양한 연령대, 문화권, 직종의 사람들을 만난 택시 기사의 경험과는 시작부터 끝까지 달랐을 것이다.

이번 학기 재정정책 수업을 들으면서 불평등의 원인과 이를 심화시키는 사회적 요인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다양한 학자들이 제시한 이론들을 공부했다.

한 생명이 어떤 특정한 가정에 태어나면서부터 안타깝게도 불평등이 발생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 양육 태도, 아이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양질이 결정되며 아이의 삶의 방식과 세상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사회에 기거하고, 어떤 국가의 정치적 상황 속에 놓였으며, 어떤 문화권의 관습과 가치관을 사회화하는지도 그 사람의 성격과 인생관 형성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프리드먼은 경제적 불평등이 반드시 해소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고 역설했다. 윤리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모든 생명이 똑같이 가치롭다는 공리주의적 개념을 학습한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토론에서는 이렇게 두 의견이 상충되며 정부의 역할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시작된다.

기회의 불평등, 결과의 불평등이 혼재되어 사회적 불신과 스트레스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저자의 말처럼 서로의 차이를 후진성과 야만성이 아니라 다름과 특징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차별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불평등 투성이인 사회에서의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인생은 자유의지가 아닌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많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장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Fitzgerald, F. Scott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진리라고 믿는 것이 백 년 후에는 구시대적 발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표면적인 현상을 보고 쉽게 판단하고 무시, 외면하는 것은 내가 가진 편견 하나를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민족과 인종의 혼합이 관용의 미덕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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