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어떤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던 일이 잊혀지지 않고 메아리쳐온다.
그 책의 첫 번째 반절은 기발하게 유쾌하면서도 각 에피소드의 촘촘한 짜임새에 바짝 긴장하고 따라붙어 읽으면 내가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주제의식과 비유와 상징이 풀리면서 하하 웃으며 유쾌한 기색으로 읽었다. 후반부에는 좀 더 광범위하고 관념적인 이야기와 주제들. 역사와 민족과 시대에 대해, 이상과 김수영이 넘어간 문학의 경계, 희망의 흔적, 접경 혹은 국경, 역전과 공항, 고개를 30도 들었을 때 보이는 구름과 덧없는 것들의 영원함에 관한 글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저항적 민족주의'나 '리얼리티' 같은 키워드를 재발견한 것. 그밖에도 일상적인 단어에 새로운 의미와 주제를 투영하는 작가의 개성이 황홀할 정도였다!ㅠㅠ
음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어쩐지 읽고 심각해져선 토라진 기분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걸까, 나일까 나 이외의 어떤 것들일까. 이렇게 심각해질 때면 베를린에서 마음이 마치 자로 잰듯 쭉뻗은 태평양처럼 평온하던 때가 쬐끔 그립다. 주위 사람들이 이 책 읽고 같이 많이 혼란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진짜 재밌어요. #여행할권리 #김연수 #창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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