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게 길을 묻다
-알기 쉽게 풀어쓴 그리스로마신화의 인생 메시지
글 송정림 / 사진 이병률
달출판사
제목과 표지디자인부터 참 좋다고 생각한 책입니다.
<신화에게 길을 묻다>, 살면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들 때,
내 마음을 다잡기 벅찰 때 누군가 나에게 바른 길로 갈 용기를 주었으면 할 때,
신화에도 길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산이 수백 번 바뀌었을 세월이 흐르고도,
인간이 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신화 속의 인물들이 겪는 기상천외한 모험과 갈등들의 뿌리를 우리도 마음 속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듯합니다.
사실 저는 올해 부쩍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새로운 환경에 문을 두드리고,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역사를 품고 있는 인연들을 만나면서, 그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난 무얼 해야할지 점점 더 모호해진다는 혼란이요.
참 감사하게도 여러 분들의 너그러운 도움을 받기도 했고, 제 부족함으로 인해 폐를 끼치기도 했어요.
열심히 앞만 보며 정진하던 시간도 있는 반면 실망을 절망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밤들도 오곤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잠들기 전,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손을 내밀어줬던 분들께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제가 걸어야할 길이 무엇인지, 도리를 알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성숙함은 어떤 언행으로 보여야 하는지, 앞으로도 계속될 어려운 고민을 함께해주는 책입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과 인간들이 겪은 모험과 전쟁, 사랑과 관용에 대해 읽으며 나의 하루에도 한 줄 인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모아보았습니다.
***
우리는 반쪽을 찾아 헤매는 운명을 지닌 자들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운 것은 왜일까? 다만 절반의 빈자리를 메꿔줄 대상을 찾느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달래느라 만난 사람은 결국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할 때 사랑이 식어버릴 수 있다. 사랑은 다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곁에서 동행해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 자체가 그냥 좋기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114p, 사랑은 그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사랑의 법칙을 알려주는 ‘알페이소스’
비극적인 이 죽음들에 대해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이름 붙였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안티고네가 조금만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키에르케고르는 경고한다. 성공을 막는 가장 무서운 병은 쉽게 절망하는 버릇이라고. 포기하기 시작하면 그것도 습관이 된다고 말이다.
-146p,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안티고네’의 절망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인가를 줬는데, 줬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 완벽한 ‘드림’의 마음이다. ‘용서’ 또한 마찬가지. 내가 용서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용서다.
-153p, 목숨까지 내주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다- 남편을 대신해서 죽음을 택한 ‘알케스티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슬픔으로 다른 슬픔을 이해하고 그를 보듬어 안았다. 그리고 연민으로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연민은 슬퍼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슬퍼해본 사람은 다른 이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슬퍼해본 사람은 정을 베풀게 되어 있다.
-248p,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아킬레우스’의 치명적인 약점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도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목숨을 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의 앞에는 무서운 적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불행하게 태어났다는 자아의식, 나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패배의식,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마는 자신이야말로 그 어떤 적보다 두려운 적이다. 헤라클레스가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런 자신과 싸워 이겼다는 점에 있다.
-345p, 최고의 상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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