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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ngs

아우르지

by Jiwon's Lab 2017. 7. 5.



오랜만에 꺼내본 하클 yearly <아우르지2015>앙케트에는 이랬으면서 소개는 한명도 안 해주었다구!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펼쳐보니 재밌다. 잡지 안에 대학 1, 2학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옛날 목소리들이 봉인되어 있는듯하고, 지금 이 사람들을 만나면 관심사도 고민도 많이 변화했다는 점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계절이 일곱 번 정도 바뀐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을 시간 동안 너와 나, 우리는 순간과 보름을 꽉꽉 채워 여러 가지 이름 모를 감정들을 훑었고, 체험했으며, 어떤 시간은 빙빙 돌아오느라 좌표 없이 표류하는 불안을 지고 지냈다. 그런 일은 장마처럼 때가 되면 초대장 없이도 쉬이 찾아왔다.
그러다가 한번의 표류가 단단한 상징으로 축소되고, 여유를 찾은 어디선가 잠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엔 그래 그 시절 우리였던 그 사람들이 겪은, 함께 서툴렀던 과거를 회상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을 만든 선택들의 집합, 뻔히 보이는 선택들을 보이지 않게 지탱하고 있었을 서툰 고민들의 날샌 흔적.
정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들은 자주 아름답다. 과거는 현재와 경쟁할 수 없는 층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회상의 즐거움을 충분히 탐닉했을 때에는 역설적으로 오늘을 향한 더 본능적인 애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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