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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ngs

공백

by Jiwon's Lab 2016. 12. 11.



16.12.11 일

기말 공부를 위해 교안을 몇 시간 노려보았더니 눈이 피로해져 견딜 수 없었다. 열람실을 벗어나 짧은 복도를 지나면 작은 도서관, 책장들이 줄을 서있다. 그중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장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긴다. 좋아하는 작가라 이미 다 읽은 책들이지만, 다른 책들을 고르기 전에 항상 한번씩 눈으로 훑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그러고 나선 다음에 읽을 책을 작가와 주제, 글의 길이를 고려하며 몇몇의 후보를 고른다. 보통 작가소개를 읽고, 관심이 생기면 첫장을 펼쳐 읽으며 작가의 목소리를 대강 느껴본다. 어느 정도 취향에 맞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좀 더 읽어볼 때도 있지만, 대개 첫장을 보고 덮을 때가 더 많다. 책을 고를 때 스토리가 중요한 건 분명한데​, 문장 하나하나의 유연함과 탄력이 느껴질 때 비로소 매료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문장이 좋은 소설이 좋다. 스토리를 이끄는 문장의 힘을 믿는다. 지극히 평범하거나 비참한 내용이 몇 장씩 이어져도, 문장의 생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을 덮는다. 검정색 잉크로 얼룩덜룩한 오른손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생기,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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