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글의 소재를 문장으로 풀어 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논리보다 감정이 키를 잡고 써내려가는 글들을 보면 시럽으로 코팅된 도넛처럼 담백한 맛이 없다. 이런 도넛글들은 대부분 공유되지 못하고 재활용을 위한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읽히고 공감을 얻고, 다양각색의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기를 바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나만의 허점투성이인 글을 내보이기 부끄러워 이런 욕구조차 꾹꾹 눌러 참게 된다.
원철 스님이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는 산문집에 서문으로 쓰신 글을 읽고 난 내 마음을 읽은듯한 관찰에 온 마음이 전율했었다.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며 우리에겐 드러내고자 하는 권리가 있는 만큼 감추고자 하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현실은 제대로 된 노출을 위해 어떤 형태로건 은둔을 위한 나름의 처방책을 가져야 할 만큼 복잡다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의 의문과 염려가 가감없이 밝혀지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통찰이다. 우리는 드러냄과 감춤의 시소 타기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SNS의 긴 스크롤 위에 우리는 수없이 많이, 그리고 영원히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온라인의 활동들은 우리의 죽음 후에도 인터넷에 계속 남게될 것이다. 세계를 잇는 혁신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우리에게 노출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줌과 동시에 잊혀지고 싶은 욕구는 매순간 빅뱅처럼 팽창하는 정보의 홍수 속으로 가라앉혀버렸다.
가끔 이점을 의식하면 내가 표현한 것이 남들의 눈에는 어찌 보일지 걱정되기 마련이다. 공감 받고 싶은 욕망은 우리로 하여금 완벽하거나,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부족함만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을 키우게 한다. 타인의 글을 읽고 그 가치에 대해 나만의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그 "평가"의 즉각성을 스스로 경험해보았기에 이 불안은 더 뿌리깊다.
인터넷을 어찌 사용해야할지, 온라인 상에서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소통이 PR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나의 과한 노파심일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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