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 밤새 달콤한 잠의 여행의 끝에 다다라 내가 다시 현실의 하루에 눈을 뜬 순간이다. 눈을 뜨고 천천히 깜빡여봤다.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오른 쪽 눈꺼풀을 붙잡았다. 이건 뭐지?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를 몇 번 반복하다 이내 학교 갈 채비를 하기 위해 잠자리를 떴다.
분주하게 아침식사를 흡입하고 1교시부터 정오수업, 스터디를 연이어 마치는 학교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니 비로소 눈꺼풀 아래에 생겨난 알맹이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생겼다. 이건 아무래도 다래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래끼가 하루아침에 생겨 이렇게 거슬릴 만큼 불편해질 수가 있는가? 하긴, 어제 저녁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시던 엄마가 눈 한 쪽이 부었다고 알아보기도 하겼던 걸 걸 둔한 내 자신은 몰라보았던 것이다. 한 쪽 눈이 그렇게 부풀어 올라서, 불편하지는 않냐고 묻는 엄마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여기며 웃어넘겼을 뿐이었다.
아무튼 간에, 눈뿐만이 아니더라도 도무지 어깨가 뻐근하고 얼굴의 피부도 건조한 것이 걸려 도서관에 갈 엄두가 안 났던지, 난 미련 없이 스터디가 끝난 후 학생증을 출입구에 찍었다. 오늘은 칼귀가다.
오후에는 대치역 근처 안과에 들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다래끼가 생긴 것이었고, 오늘 그 자리에서 짜거나 3일 간 약을 먹다 치료되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와서 짜야 한다고 했다. 3일 후면 시험 주간이었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눈물을 삼키고 치료대에 누웠다. 눈 한 쪽만을 내놓는 동그란 구멍이 난 수건이 내 얼굴 위에 놓여졌다. 다래끼 짜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익히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었던 것이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불안함을 차분히 가려앉히려 애쓰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이제 얼마 후면 모두 끝날 것이다. 금방 지나가리라.
1분 후. 대학 시험기간에 대한 스몰 토크를 하시며 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긴장을 풀게 하는 노련한 의사 선생님에게 내심 감사하며 다래끼를 모두 짰다. 짧은 시술 동안 숨을 참고 고통을 인내할 동안 눈가에서 눈물이 빠르게도 내렸다. 흘러내리기보다 경주하듯 떨어지는 눈물. 왼쪽 눈에서는 투명한 생리적인 눈물이었다면 오른쪽은 종기를 짜낸 상처입은 피부에서 떨어지는 피눈물이었다.
손바닥으로 안대를 누르고 누워있다 뜨거운 온도기 비슷한 것 앞에 또 몇 분을 앉아있으니 처방전이 나왔고, 나의 갑작스러운 다래끼 치료기는 끝이 났다. 왼 쪽 눈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한 쪽 눈으로 세상을 보며 얼마나 불편한가. 그 생경한 감각과 어색하게 인사하며 집을 향했다. 며칠 간 미루었던 충분한 잠의 보충을 할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충분히 공부하지 못할 것이 뻔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다래끼 짜내 본 그 사소하고 보잘 것 없은 일이 마치 인생에서의 경험의 폭을 확장하기라도 한 것 같은 어이없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그 사소한 크기만큼의 딱 그 보폭만큼 미지의 세계가 내 경험의 세계로 전이된 것이다.
집에 와서 안약을 넣고 5시간쯤을 자니 11시 반이었다. 몸이 가뿐해지고 안대를 벗은 눈도 이제는 깔끔하게 잘 떠졌다. 내일은 시험준비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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