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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s

토요일다운 토요일 (서투레+와우북페스티벌)

by Jiwon's Lab 2015. 10. 4.

​이번 토요일은 하이클럽 야외행사인 서울투어레이스로 시작되었다. 서울의 명소에서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미션을 완수해가며 진행되는 행사인데, 나는 충무로역의 남산골한옥마을을 거쳐 독립문역의 독립문과 독립공원을 들르게 되었다.
하늘이 청명하고 바람이 시원했던 날씨라 마음이 차분히 환기되는듯했다.



나란히 모여앉은 뒷모습을 보고 지난 세월들을 상상하게 된다.

가만히 보니 산책하는 친구들, 소풍 온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던 두 시간이 내 일주일 중 가장 여유롭던 시간이었다. 바람이 불다 따스한 햇볕이 들 동안 멈춘 그 자리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정정하신 중년남자들의 추억이 될 기념 단체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뛰는 모양이 귀여운 아기들을 보고 웃음짓고, 조금 큰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는 걸 부럽게 쳐다보고. 그리고 문득 다음 여행지 독일을 생각했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나는 교환학기로 독일로 떠날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외국에 살러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얼마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나 스스로를 알게 되는 시간을 가질지 기대된다.

홍대앞에서 나흘간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 사실 첫날에 갔을 때는 비가 오는 바람에 모든 도서전이 취소되어 헛걸음을 했었다. 이번엔 그 설움을 모두 잊을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먼저 <사물의 철학>의 저자인 함돈균 작가님의 강연을 듣으러 갔다. 상상마당 4층에서 계속된 90분 간의 이야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귀기울이고 있었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연상시키는 안경을 끼고 수염을 기르신 할아버지, 장성한 자녀가 여럿 있으실 것 같은 온화한 얼굴의 아주머니, 스타일리시시한 패션의 뿔테안경을 쓴 남학생, 야외의 도서전에서 책을 산 듯한 종이백을 들고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글쓰는 바쁜 손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남이 열중한 모습으로 손으로 받친 공책에 무언가를 가득가득 적고 있는 모습은 나까지 뿌듯하게 만드는 만족감을 주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다음 강연을 위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떠났을 때 난 다시 도서전을 둘러보다 마음산책의 부스에 멈춰 얼마 전 알게 된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를 샀다. 어느 날 밤 그가 쓴 시 한 편을 읽고 매료되어 저녁을 거르고 도서관에 들러 그의 소설을 읽었었다. 그가 쓴 소설 한 편을 읽고 그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책 뒤표지에 인쇄된 그의 문장을 읽고 선뜻 두 권의 책을 고르게 된 것이었다. 예상치 않은 행운으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행복하게 읽을 것이다.

배가 몹시 고팠지만 시간 조절에 실패해 곧바로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의 에디터이자 <완벽한 하루여행>의 저자 고현 기자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취재부터 탈고까지라는 이름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강연흐름이 아쉬웠지만 여행작가가 아닌 여행기자로서의 시각을 알 수 있어 새로웠다. 여행을 하고 여행을 정리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특히 와닿았다.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사진으로, 글로, 동영상으로, 그림으로 꼭 기록해두고 중요한 건 꼭 꾸준하게 하는 것이라고.


독일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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