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번째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두 편 연달아보았다. 두 번 모두 이번 달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두번째로 본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내 마음을 건드린 영화는 일본의 작품, 심야식당이다.
바쁜 대도시 도쿄에서 고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자정을 넘은 시각 하나 둘 방문하는 심야식당. 이곳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고민이 오가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였던 과거를 들어주고, 치료하고, 용기를 되찾는 도약을 하도록 응원의 위로가 되어준다.
이 작은 공간을 기점으로 미묘하게 미래가 조금씩 바뀐다.
심야식당, 그곳에는
"할 줄 아는 거면 무엇이든 해드리지" 손님을 맞이하는 마스터가 있고 나를 기다리는 불빛이 있다.
정성으로 준비한 나폴리탄이 담백하고 계란말이가 정겹다.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면 된다.
당신을 위해 마음으로 그는 요리를 할 것이다.
나는 마스터가 먹튀를 하고 용서를 빌러 돌아온 소녀를 받아주고 일을 가르쳐주고 보살펴주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그의 바보 같을 정도의 선함, 친절함을 탓했다. 전혀 면식 없는 낯선 이와 자신의 일터를 공유하고, 머물 공간도 베푸는 그는 마스터는 그 소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눈치 챈 것일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말 못할 과거와 사연을 그대로 보듬어주고 싶었던 걸까.
말수가 적은 그가 남의 이야기에 귀을 기울이며 운영한 심야식당에서 그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속의 담긴 모든 걸 소중히 여기는 걸 배운 걸지도 모른다.
식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모범적이거나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일그러져있고 모났으며 단정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가식없이 자신의 모남을 인정하고 외로움을 바로본다.
그리고 마스터도 그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듣고, 진지하게 보일듯 말듯한 간섭을 한다. 개입이 아니라 작은 위로 혹은 전환이 될 정도로만, 듣는 사람이 듣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그의 진중함이 좋고 식당 단골들의 인간적인 정이 좋다.
언젠가 심야식당을 열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며 몇 번이고 시원한 맥주를 유리잔에 따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것도 없을 텐데. 무언가를 요리하며 분주한 마스터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왕이면 맥주는 그렇게 마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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