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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얼리버드의 베를린에서 첫 주는 개척자 정신으로!

by Jiwon's Lab 2016. 3. 8.

베를린에 도착했는데, 이젠 뭘 하지? 독일어도 잘 못하고, 지리도 문화도 잘 모르는데 주춤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하다보면 베를린에 적응하는 거 정말 어렵지 않다. 행정처리가 한국과는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슈가 있지만, HWR (BSEL: Berlin School of Economics and Law) 에 파견 온 교환학생이라면 웰컴데이 때 거주지등록 (Anmeldung) 등 필요한 서류나 행정문제에 대한 가이드를 주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걱정 없이 지내도 된다. 한국에서 이것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읽고 왔는데, 국제처에 문의해보니 걱정 말라고 다 해준다고 깔끔하게 답장을 보내줘서 한 시름 덜었다.

 

한국인 학생이 베를린에 오면 가장 급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공공장소 WI-FI존과 데이터요금제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인터넷이었다. 자신의 기숙사가 시내 중심에 위치해 무료 와이파이가 터지는 카페가 쉽게 눈에 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외곽 쪽에 위치한 곳이라면 미리 사전정보를 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사전정보하면 꼼꼼한 조사와 정리를 연상할 수 있는데, 나도 내내 딩가딩가 놀다가 며칠 전부터 알아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다. 정말 간단한 몇 가지!! 나는 미리 Google Maps에서 베를린 지도를 오프라인 지도로 다운 받아 갔었고, 기숙사 근처 역까지의 길, S반 U반 노선도를 핸드폰에 넣어놓고 오니 느려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필요한 곳을 잘 찾아다녔다.

 

독일 여행책 한 권을 가져온 것도 교통수단 이용법, 시내 지도 같은 실생활에 유익한 정보가 많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일본여행을 다녀온 이후 독일에 오니 이곳은 영어가 그럭저럭 잘 통하는 것 같다. 표지판이나 S반 안내방송 같은 것은 모두 독일어로 되지만, 그래도 매 칸마다 전광판에 역명이 표시되기 때문에 글자를 맞추어보기만 하면 원하는 종착지를 무리없이 찾아다닐 수 있고, 나는 일 주일 정도 아직 다른 학생들이 입주하기 전 텅 빈 플랫에서 여유롭게 신선놀음을 하며 도시를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베를린 대중교통: 우선 돌아다니기 위해 S반 U반 버스 모두 통일되어 사용할 수 있는 1일권, 5일권 등을 사용했다. 1회권도 있지만 베를린 대중교통이 한국에 비교하여 꽤 비싸기 때문에 보통 처음 1주 돌아다닐 곳이 많은 시기에는 1일권, 5일권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은듯하다. 1일권은 성인 7유로, 5일권은 약 33.5유로 했었다. 교환학생들은 학교에서 개강하면 Semesterticket을 230(?)유로 정도를 받고 발급해주는데 학기 중에는 이 카드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교통카드에 어쩔 수 없이 출혈 ㅠㅠ

+유용한 앱: BGV라는 앱을 통해 베를린 대중교통 시간표와 노선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은 작동을 위해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므로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함.

 

핸드폰 유심카드는 ALDI 라는 매장에서 선불칩을 사서 등록했다. 12유로 정도 내면 한 달을 일단 쓸 수 있는데 이것을 등록해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인터넷이 필요하다. 노트북을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들고 가서 요금패킷을 선택하고 이메일 등록을 하면 그때부터 핸드폰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한결 베를린을 돌아다니기 수월해진다. 등록방법은 다른 블로그에도 많이 있으니 따로 안 쓰겠지만, 보통 한 학기간 잠시 지내다 가는 교환학생들이 전화/문자 요금 없이 인터넷 데이터만 되는 알디톡을 쓰는 것이 실용적이고 또 합리적인 가격으로 딜을 볼 수 있다. 1.5G/30일이 9.99유로, 5G/30일이 14.99유로이니 이 정도면 한국보다 저렴한 듯하다. 

 

기숙사방을 알맞게 꾸미는 것도 베를린에 도착한 처음 며칠 중요한데, 먼저 청소용품, 목욕용품, 수건, 휴지와 같은 생필품 등 처음엔 이것저것 은근히 살 것이 많다. ROSSMAN이 청소용품과 목욕용품을 많이 팔고, 1유로샵 같은 곳에서 고무장갑, 비닐랩 등 주방용품을 싸게 득템할 수 있다. 수건은 IKEA가 싸고 품질도 좋은듯하다. (베를린 HWR (BSEL)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Eichkamp에 올 것이기 때문에 IKEA가 S7 타고 환승 없이 (Stresow역에 있는 지점) 갈 수 있어서 나름 접근성도 좋다. 나는 이케아에서 샤워가운이랑 수건, 방 안을 좀 꾸밀 만한 꽃 화분을 샀다.

 

베를린 장 보기. 우선 베를린은 유럽 중에서도, 독일에서도 물가가 싼 곳이다. 마트에 가서 맥주 가격 보고 놀라고 (몇 퍼센트 세일해서 0.20유로 하는 맥주도 봤다..) 야채, 과일, 계란, 햄, 쌀 등 가득 골랐는데 생각보다 (한국보다) 비교적 싸다. 장 볼 때 팁은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한국처럼 비닐백을 주거나 20원씩 주고 팔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장바구니 같은 것들을 팔고 모든 사람들이 이런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나도 첫날 접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하나 샀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습관처럼 이걸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한번은 이걸 안 가지고 나갔다가 백팩 안에 바나나랑 마늘을 넣고 집까지 왔다. 빨래건조대 산 날은 들어가는 가방이 없어서 50분 정도 집까지의 여정 동안 한 손에 빨래건조대 들고 다니는 사람 체험..이런 경험 처음이야...

 

+ 독일의 Pfand 제도. (재활용+리펀드 개념): 보통 큰 물병 같은 건 플라스틱 재활용을 한다는 표시가 그려져있고 이런 특별한 표시가 있는 물품들은 나중에 모아서 마트에 있는 기계에 넣으면 몇 센트씩 돌려주는 영수증을 준다. 예를 들면 0.75 (+0.20)유로라고 표시되어있다면 나중에 이 병을 가져올 시 0.20유로를 돌려준다는 뜻이다. 기계에서 인쇄된 영수증을 들고 카운터에서 제시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든 플라스틱 병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Pfand 표시 확인하면 이득!

+ TEDi 라는 가게가 다이소 같이 싸게 여러 생활용품 판다. 하지만 '난 가격 좀 더 나가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원해' 같은 마인드라면 비추. 난 빨래건조대 사기 위해 온갖 가게투어를 하고 이곳에서 겨우 득템했다.

+ Berliner Strasse에도 1유로샵이 있는데 정확한 주소는 모르겠다. BSEL A building에서 왼쪽으로 쭉 걷다 보면 나온다.

 

빨래/기숙사 세탁기 이용. 학교 학생식당에서 MENSA카드를 사야지만 선불카드로 이용하며 기숙사 내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다. 난 학기 시작이 너무 멀어서 그냥 먼저 학교 카페테리아 가니 1.55유로 디파짓+원하는 충전요금 해서 멘사 카드 하나를 쉽게 장만할 수 있었다. 세탁기는 온도조절, 옵션조절이 가능한데 온도가 높을수록 더 비싸다.

 

(생활정보 더 생각 나는 것 있으면 업데이트 예정!)

 

 

 

 

+약간의 개인적인 이야기 끄적끄적

 

오늘 저녁에 같은 학교 파견되는 다른 언니 둘이 도착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시끌벅적하니까 정말 신기하다.

내가 이것저것 이야기해주고 내일 같이 errand 몇 군데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딱1주일 먼저 온 것뿐인데 선배가 된 거 같이 많이 의지가 된다고 다같이 웃었다.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버디 없이 혼자 오고 혼자 하는 것이 어찌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큰 축복이자 특별한 일이니까) 왠지 내 일주일에 대해 으쓱해졌다. ㅎㅎ

 

나도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지만, 그래도 몇 명의 너무 좋은 마음의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도움을 받았다.

기숙사에 입주한 다음 날 플랫메이트 중국인 친구 준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저렴한 식료품점, 음식점들을 약도까지 그려가며 알려주었고, 저녁 때는 내가 매트리스를 들어올리며 낑낑거리는 걸 들어주면서 청소도 도와주었다. 인터넷연결도 같이 공유하기로 하며 척척 해결!

그리고 오늘은 베를린에 계신 엄마 지인분이 맛있는 집밥 (삼겹살 마이 길티플레져..)도 해주시고 베를린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셨다. 떠날 때는 맛있는 것도 싸주시고 역까지 차로 데려다주시면서 주말에 무거운 것 살 것 있으면 차로 같이 가자고 너무 따뜻하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있을 때는 잘 모른다. 그 사람의 소중함과 내 인생에 가지는 커다란 의미를. 그런데 베를린에서 우연찮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고 항상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강박처럼 '난 강인한 정신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어떤 사람, 인연에도 흔들리지 말아야지' 생각하던 내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사람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고 그곳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는 것을.. 드디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해도 마음은 인정하지 않으려했다면, 이번에는 몸소 느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내겐 역시 좀 어려운 문제다.

 

난 좀 특이하게 어학코스 시작보다 한참 전인 3월 1일 첫째주에 도착해서 기숙사 안이 텅텅 비어있었다. 매일 사람들 이야깃소리, 음악소리로 가득찬 기숙사가 일년중 가장 조용한 시기에 내가 첫발을 디딘 것이다. 그동안 혼자 도시 돌아다니고 구경했는데 내 인생에 언제 또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것인 한 주가 있을까 생각했다.

오로지 나에게만 기대고, 내가 나서서 해결하고, 나와 대화하고, 나와 노는 시간이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데, 지난 7일간 내가 가진 용기, 호기심, 의지의 크기 같은 것을 한번 확인해본 것 같다. 간간히 짧은 만남의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오로지 '나'만을 만나는 하루종일, 어색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지만 그것에 조금씩 익숙하고 편안해져갔다. 이 기분을 조금 이른 나이에 알게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7일간의 라이트버전, 맛보기 정도였겠지만. 

 

그리고 한 가지 더 의미있던 것은 짧고도 길었던 일주일-- 내가 사용하지 않던 뇌의 부분들을 써보고, 서툰 솜씨로 훈련시켰던 것이다. 처음하는 요리지만 파스타를 삶아 나폴리스파게티를 만들기도 하고 올리브오일을 사서 알리오올리오도 해보았고, 야채를 볶고 밥을 삶아서(신세계) 베이컨볶음밥으로 저녁을 하기도 했다. 이런 베이비스텝들이 너무 흥분되고 신난다.

 

19살 혼자 부산여행을 떠났을 때 느낀 외로움과 긴장, 흥분과 설렘의 섞임이 이제 22살, 베를린으로 훌쩍 날아온 나의 마음과 완연히 다른듯하다. 이런 변화를 보는 것이 재밌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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